무척 오랜만에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그동안 극장에서 '겨울 왕국'(2014), '몬스터 대학교'(2013), '슈퍼배드2'(2013), '에픽:숲속의 전설'(2013), '늑대아이'(2012) 등을 보기는 했지만, 일본 TV 애니메이션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전편을 본 건 아니고, 곰TV에서 1회를 무료로 공개해 놓았길래 두 편을 보았습니다.
'잔잔한 내일로부터(凪のあすから)'와 '은수저(銀の匙, Silver Spoon)'의 1화를 각각 보았는데, 소재가 독특했습니다. '잔잔한 내일로부터'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배경이 독특했습니다. 지상같은 바다, 그 곳에 사는 인간들, 양서류처럼 바다와 육지에서 자유롭게 사는 인간들의 삶, 육지에서 번성한 또다른 인간 집단, 그리고 그런 세계가 당연하다는 전제. 상상의 범위가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잔잔한 내일로부터'라는 제목은 우리말로는 어감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모레의 방향(あさっての方向)'(2006)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동쪽의 에덴(東のエデン)'(2009)도 그렇군요. 일본어의 특성일까요? '은수저'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 잘 볼 수 없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경은 농촌, 기숙사가 있는 농업고등학교이고, 농가나 축산업을 하는 가업을 잇기 위해 그곳에 입학한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콘셉트였기 때문입니다. 평범하고 인기없을 것 같은 소재라고 생각했지만, '은수저'는 애니메이션만의 감각으로 농촌 생활을 생생하면서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작품 모두 1회만 보아서 어떤 전개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전편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 '은수저'에 관한 평설이 월간 「배워서 남주자」2014년 3월호 50~60쪽에 걸쳐 실려있었습니다.(관련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