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2(Friend : The Great Legacy)', "아픈 재미로 살재"
1편과 달리 귀에 쏙 들어오는 짧고 굵은 명대사가 없어 보이는 영화 '친구2'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입안을 맴도는 말이 있다. 생뚱맞게도 주인공이 아닌 죽음을 목전에 둔 나이든 철주의 대사였다.
"나이들면 아픈 재미로 산다."
철주가 준석에게 나이들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었을 때 나도 답을 생각해 보았다. 몇 가지 떠올랐지만 아픈 재미라는 말은 예상밖이었다. 철주는 오랫동안 아파왔나 보다.
'아픈 재미!'
뜻밖의 답이라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때로 몸이 아파지거나 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이런 저런 일들이 세상을 알아가는 '사람'을 아프게 한다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2001년 '친구'가 개봉했을 당시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는 거듭 혹은 거듭거듭 관람하며 '친구2'를 만들어달라고 요즘같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Social Network Service)가 아닌 관련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곤 하였다. 그로부터 12년 뒤 거짓말같이 2편이 나왔다. 감독 본인도 2~3년 전까지만 해도 속편 생각은 못하였다고 하니 말그대로 '거짓말같이' 탄생한 영화인 셈이다.
새로 성인이 되어서 본 관람인들 외에 '친구'를 극장에서 보고 저마다의 추억으로 가슴속에 간직해온 사람들은 '친구2'를 어떻게 보았을까? 본인은 12년 세월동안 굴곡을 거치며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온 감독이 짠해서인지 영화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생긴 때문인지, '친구'의 메인 테마곡 'in memorium'이 '친구2'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할 때 가슴속 울림통을 자극받았다.
(친구2 예고편)
'친구2'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폭력 장면이 많고, 이해를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어서 100%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친구' 1편에서 가졌던 감정선과 뉘앙스가 2편까지 이어져 있는데다, 마지막 장면의 큰 망치로 한대 맞은 듯한 준석의 얼굴이 '친구'와 '친구2'를 꽉 묶어 이어주는 야무진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1편보다 덜 재미있는 '친구2'를 보고도 여운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잘 만든 영화, 감동적인 영화, 재미있는 영화, 기발한 영화 등을 봐왔지만, '친구'와 '친구2'는 12년 세월을 관통하기에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나름의 의미로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친구 뮤직비디오, 곡 Robert Palmer 'Bad Case Of Loving You')
덧붙여, 12년만에 개봉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니 영화에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감독이 만든 전작들이 흥행이 부진하여 영화를 쉽게 만들 수는 없었을 터. 그럼에도 '친구2'가 개봉될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상황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 생각으로는 특히, 중요 역할인 동수 아들 성훈 역의 배우 김우빈이 '화이트 크리스마스(KBS2)', '뱀파이어 아이돌(MBN)', '아름다운 그대에게(SBS)', '신사의 품격(SBS)', '학교 2013(KBS2)' 등을 거치며 영화 '친구'를 만날 준비가 된 시기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상망 기록에 따르면 '친구2' 관람객수는 간발의 차로 전국기준 300만 명을 넘지 못하였다.('친구'는 818만 명)
(친구 예고편)
친구 (Friend : Memory Island, 2001) : 유오성, 장동건, 서태화, 정운택, 김보경, 이재용, 김정태, 정호빈, 김광규, 주현, 양중경 등
친구2 ((Friend : The Great Legacy, 2014) : 유오성, 김우빈, 주진모, 장영남, 기주봉, 정호빈, 장지건 등
감독 곽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