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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앵두 따기, Aengdu, Aengdoo, picking Korean cherry, Korean-type cherry, 빨간 앵두, 초록 잎


앵두를 올해는 5월 말에 딴다.
보통은 모내기가 끝나고 6월에 땄었다.
올해는 봄꽃 개화 시기도 빨랐다.

고모가 어렸을 적에
가지를 심은 것이
매해 생기 있게 주렁주렁 열린다.

어느 해에는 능숙하게 따다가
쐐기벌레에 쏘였다, 고 생각한다.
내가 보지 못한 공격자가
몹시 따가운 고통과 마비 증상을
있는 힘껏 내 손끝에 쐈다, 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불개미에 물렸을 때보다
그냥 작은 지네에 물렸을 때보다
고통이 오래갔고
영원히 낫지 않을 것 같았다.

나머지 앵두는 어머니가,
이듬해부터 몇 년은 어머니나 외삼촌이 따셨다.
반강요로 다시 앵두를 따게 된 해에는
몸을 잔뜩 사렸다.

망각이 친숙해지니
면장갑 하나로도
쐐기벌레에 맞설 용기가 생긴다.

설탕에 절여서 먹는 방법도 배웠으니
이제 가지마다 달린 앵두를
기꺼이
따기만 하면 된다.


20210530 일요일


* 덧붙임*

마당 근처에 몇 년 안된 아담한 앵두나무가 있는데, 어머니가 우리집 앵두를 먹고 씨를 거기다 뿌렸더니 났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앵두 가지를 심어서는 앵두가 자라지 않는다고 확신하셨다.

고모께 직접 여쭤 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앵두를 따면서 무거워서 늘어진 가지 몇 개를 꺾어서 심어 놨다.
가지로도 큰 나무가 되는지 확인하려면 몇 년은 걸릴 것 같다.



* 20210607 월요일에 덧붙임 *

삼촌께 여쭤 보니 가지를 심었는지 씨를 뿌렸는지, 누나가 심었는지 본인이 심었는지 가물가물하다고 하셨다.

삼촌의 흐릿한 기억에 나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고모가 직접 말씀하셨던가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였던가?
설마 아버지가?

고모께 여쭤 볼 수 밖에.ㅡㅡ;


(앵두 따기)

(쇠소쿠리로 보는 앵두)
(그냥 보는 앵두)
(장미 옆에 앵두)
(하늘 아래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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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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