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넬 하퍼 리 지음)



<앵무새 죽이기>가 어떤 책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언젠가부터 머릿속에서 맴돌던 제목의 책인데다 '앵무새'가 무엇을 뜻하는지 제법 궁금하여 두꺼운 책이지만 읽어보고 싶었다. 러브 스토리나 스릴러 정도로 예상했다.

 

 

아이들의 관심사나 일들이 아이들이 보는 듯 말하는 듯 시작되는 이야기 자체는 그렇지 않았지만, 읽을수록 어려운 책이었다. 물론 아이의 말투나 지식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관점은 일곱 살 정도의 어린 여자아이였다.
(어른이 된 진 루이스 핀치라는 여성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순전히 아이의 관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렵다고 느낀 이유는 미국의 문화나 대화의 의미, 시대 배경을 모르고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다 읽고도 반 정도는 이해를 못한 것 같다.

실은 책을 3분의 1쯤 읽었을 때까지도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몰랐다. 사준 총으로 뒤뜰 깡통이나 쏘면 좋겠다, 새들을 쏘게 된다면 어치새들은 모두 쏘아도 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문장(172쪽)에서 '앵무새'를 발견하고는 어렴풋이 억울한 희생을 만들지 말라는 주제 정도로 이해했다.

(원작의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라고 한다.)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작가는 흑인 인종 차별이 심했던 미국 백인 사회의 잘못된 의식을 고발하고자 하였다.
거기에 이웃에 대한 오해나 어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이들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보여주었다.

마침 2월에 개봉한 '노예 12년(12 Years a Slave)'을 본 뒤라 같은 주제를 다룬 이 책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인종 차별은 현대 사회에서도 종종 일어나기도 하므로.


노예 12년(스티브 맥퀸 감독, 치에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브래드 피트)


너 나 이웃 할 것 없이 어려웠던 시절, 집안, 핏줄을 엄격하게 따지고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 앨라바마주에서 벌어진,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사이에 일어난 어떤 사건이 주요 사건이다.
세 아이를 둔 흑인 가장 톰 로빈슨이 백인 처녀 메이옐라 바이올렛 이웰에게 몹쓸 짓을 하였다 하여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누명임을 확신한 백인 변호사가 흑인 피의자를 변호하며 나서게 되고, 그 일을 백인들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명백한 누명의 증거가 있음에도 피의자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배심원들의 유죄 선고에 따라 사형 집행이 결정된다.
참으로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 백인 여성의 아버지 로버트 E. 리 이웰은 사형 선고를 받아냈어도 흑인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변호인 아이들을 해치려고 한다. 이웰이 목숨을 앗으려는 순간 극적으로 아이들을 구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서 부 래들리였다. 부 래들리는 젊은 날의 잘못으로 나쁘고 이상한 사람으로 찍혀 부모와 사람들에게서 소외된 사람이었다.

심오한 주제를 다룬 이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의 저명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앵무새 죽이기>는 유명한 책이지만, 미국 문학이 생소하여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마침 영화로도 제작된 것이 있다고 하여 당장 찾아보았다.
영화 역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주연은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그레고리 펙)
원작의 주요 사건을 추려서 표현한 수준이었고 인물이나 배경이 상상과는 달랐지만, 조금은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책 속에 언젠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아빠가 말씀하셨다며 그 말이 옳았다고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524쪽). 그 문장은 영화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데 그 사람 신을 신고 함께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말로 표현됩니다.

영화는 곰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다운받아 볼 수도 있고, 로그인 하지 않고 바로보기로 무료로 볼 수도 있다.


(곰TV에서 영화 <앵무새 죽이기> 보러 가기)

영화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보기
    (그레고리 펙 주연, 1962년작)
    (곰TV 바로보기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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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

책친구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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