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할머니의 용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도움의 손길


  그저께 뉴스에서 90세 김복동, 87세 길원옥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구마모토현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130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 전에는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참가자들에게도 함께 모금하자고 호소하였다. 
  인터뷰 영상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밉지 일본 국민이 미운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일본 지진 피해자들이 편하게 밥이라도 먹게 되면 고맙겠다고 하였다. 
  감탄하였다.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가끔 말씀하시던 '천심'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너무나도 고운 마음이라는 뜻이다. 두 할머니들은 일본에게서 평생 가는 큰 상처를 받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일본 국민들에게는 천심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쉽게 낼 수 없는 마음이다.

 

해당 SBS 뉴스 영상과 기사 보러 가기

 


(2016년 4월 21일 목요일 SBS 8시 뉴스)

 

  할머니란 어떤 존재일까? 어떤 마음이 깃들어 있는 존재일까? 
 
  자랄 때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튼튼하지 않은 허리로 업어주고, 엄마의 매로부터 지켜주던 할머니는 언제나 안심할 수 있는 내편이었다. 그런 '할머니'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연스레 얻어지는 이름이라 여겨 왔다. 훌쩍 훌쩍 자라서는 모든 할머니가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주는 따스함, 푸근함, 사랑의 느낌에는 변함이 없다.

  동화 '할머니의 용서'는 말레이시아 탐부난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가 원작이다. 적도와 가까운 말레이시아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가 있다. 건기에는 악어들조차 목이 말라 물을 찾아나섰는데, 악어들이 탐부난 강에도 나타났다고 한다. 악어들은 강에 물을 길으러 오는 사람들을 해쳤던 것 같다.

 

할머니의 용서 - 10점
김수희 지음, 박현주 그림/을파소

 

 

 그런데, 어느날부터 악어들이 사람들을 해치지 않게 되었는데, 어떤 할머니가 그 일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란다. 동화 '할머니의 용서'는 바로 그것에 관한 내용이다. 

  어린 손자와 강에 물을 길으러 간 할머니는 강가에 나타난 악어에게 그만 손자를 잃고 만다. 너무나 슬퍼하는 할머니에게 악어 한 마리가 다가오는데, 그 악어는 바로 손자를 잡아먹은 악어의 할머니였다. 손자 악어가 할머니의 손자를 급히 삼키다가 그만 목에 뼈가 걸려 죽어가고 있으니 도와달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기가 막혔지만, 할머니 악어의 눈물과 자신처럼 손자를 사랑하는 모습에 괘씸하고 분한 마음을 누르고, 손자 악어를 도와준다. 악어의 입 속에 직접 손을 넣어 뼈를 빼내고 약초를 찧어 목구멍에 정성껏 발라준다. 그 뒤로 악어들은 탐부난 강 근처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악어의 입속에 손을 넣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자칫 악어가 목에 걸린 뼈 생각은 잊고 순간적으로 본능이 살아나 할머니를 먹잇감으로 삼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악어의 큰 입 안으로 도움의 손을 밀어넣은 것이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작은 일에서도 용서가 힘든 줄 알기에 소중한 것을 앗아간 대상을 용서한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읽은 것은 동화였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지진 피해자들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은 현실이어서 그 대단함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우리 가까이 있는 할머니들도 늘 용서를 해주시는 것 같다. 주신 사랑만큼 못 돌려 드려도 여전히 예뻐해 주시는 할머니들. 이제 할머니가 된 어머니도 늘 우리를 용서해 주시니 '할머니'란 이름이 언제나 소중하게 마음속에 존재할 것 같다.


  이 책은 가로, 세로 약 22cm, 29cm의 큰 동화책으로 그림도 함께 보기에 좋다. 

 


△ TOP
책친구

책친구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