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기장군이 배경인 동화 '플루토 비밀결사대'


  얼마 전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특이한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이 탐정인 듯 하였고, 그 아이들이 나쁜 어른들의 범죄 사실을 조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시선을 끌게 된 이유는 각종 드라마나 연극 무대에서 선굵은 연기를 해온 배우 김명수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 드라마에 그 배우가 웬일로 출연한 것인지 궁금하였습니다. 저 아역 배우들 또래의 자녀가 있나 하면서 잠시 더 보았습니다.

  그 며칠 후, 도서관 아동도서실에서 '플루토 비밀결사대'라는 동화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셜록홈즈처럼 탐정이 되기로 한 어린이들이 욕심으로 가득 찬 어른들이 저지른 범죄를 밝혀내는 내용이었습니다. 과장되지 않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사건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아이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다섯 주인공들이 이웃집 아이들인 듯 친근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EBS '플루토 비밀결사대' - 홈페이지)

 '플루토 비밀결사대'가 바로 그 어린이 탐정 드라마의 원작이었습니다. EBS에서 2014년 2월에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한정기 글, 유기훈 그림, 비룡소 출판사)

  참고로, '플루토'는 염라대왕이라는 뜻이랍니다.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라는 추리소설에 나오는 고양이의 이름이 플루토이며 염라대왕이라는 뜻이라고 1권에서 금숙이가 말합니다. 
 (책 '검은 고양이'를 읽어보았습니다. 알콜중독자의 고해성사 같으면서도 실은 그가 저지르는 끔찍한 일에 대한 공포소설이었습니다.) 

  마침 지난 5월 4일에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배우 김정태가 프로그램에 합류하면서 사는 곳이 부산시 장군(5월 4일 방송에서는 면과 리 단위까지 말해줍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기사를 검색하면 김정태와 함께 출연하는 아이 '야꿍이'를 팔색조 매력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요. 바로 그 기장군이 '플루토 비밀결사대'의 배경입니다. 1권에서 울산과 통하는 고속도로를 닦는 중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걸 보면 지금보다 개발이 덜 된 시기의 기장군이 배경입니다.

 그리고, 2권의 소제목이 바로 '팔색조의 비밀'입니다. 팔색조는 여러 색깔의 깃털이 있는 아름다운 새로서,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잡거나 사고 팔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런 팔색조와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이 펼쳐지는 책이 바로 '플루토 비밀결사대' 2권입니다. 자세히 얘기하면 김이 샐지도 모르니까 여기까지~.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이 주인공들인 동화책이지만, 동심이 가득한 탐정 소설에 매력을 느낀다면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나온 책이기 때문에 분량이나 글자 크기도 부담이 없습니다. 추천~, 꾹.  

  '플루토 비밀결사대' 4권(지켜주고 싶은 비밀 편)은 성추행을 당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피해 어린이의 심적 고통을 너무나 잘 표현하였습니다. 게다가, 그 사실을 안 가족과 친구, 선생님 등 주위 사람들이 피해 어린이를 대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며, 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하는지 읽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알도록 이야기 속에 잘 녹아있습니다.
  성추행 피해는 대한민국 여성들 중 많은 비율이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해병대를 나온 남성도 그 피해 대상인 적이 있었다고 하니, 정신이 맑지 못한 사람들 앞에서 자칫 입을 수 있는 피해는 특정인이 아닌 너, 나, 우리가 될 수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작가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한 '플루토 비밀결사대'라는 동화책을 통해,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성추행 피해와 관련된 교육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주는 듯하여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179쪽
…… 이야기를 마친 금숙이를 담임 선생님은 꼭 안아 주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겉으로 보면 사람들은 다 행복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다들 나름대로 고민이나 슬픔, 말 못할 비밀을 안고 살아간단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란다. 비밀은 숨기려들면 들수록 더 커져 나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지만 털어놓고 나면 한없이 쪼그라드는 볼품없는 풍선이지.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너 같은 친구를 둔 연주는 참 행복한 아이구나."
  교실로 올라가던 금숙이는 자기를 꼭 안아주던 선생님의 품이 엄마 품처럼 포근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4권에는 주인공 중 한 명인 금숙이에게 전학온 같은 반 아이 연주가 어떻게 상처로 닫혀있던 마음을 열어가는지 나옵니다. 그 이야기 중에 해운대 '삼포 걷기 행사'가 있습니다. 삼포는 기장군, 해운대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잇는 길을 말합니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깊었던 이유는, 제가 4월초 한창 벗꽃이 만발하던 때에 기장군에서부터 해운대 도로변을 따라 지나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해운대 달맞이길을 따라 벗꽃이 환하게 피어있는데다 바로 옆으로는 넘실거리는 바다와 저 멀리서는 섬들이 보여 길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었거든요. 유명한 길인지 산책하는 사람도, 엉금엉금 기어가는 차도 많았습니다. 부산의 명소인 듯 삼포 걷기 행사를 책에서 잘 묘사하고 있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도 책속의 아이들이 걸었던 삼포를 한번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156쪽
  삼포 걷기 행사는 해운대 동백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57쪽
  걷기 행사는 간단한 체조와 몸 풀기 스트레칭을 한 다음 자유롭게 출발하는 걸로 시작되었다.

  158쪽
  우거진 해송 숲 사이로 광안대교가 보이더니 이내 이기대와 멀리 오륙도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를 지나 동백섬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돈 다음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접어들었다. 가을볕이 자북자북 쏟아져 쌓이는 백사장에는 한가롭게 산책하는 사람들과 놀러 나온 사람들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아흐!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159쪽
  삼포 걷기 행렬은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미포를 거쳐 달맞이 언덕으로 접어들었다. 달맞이언덕에 올라서면 해운대 바닷가와 동백섬은 물론 멀리 이기대와 부산의 상징 오륙도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고 장쾌한 풍경에 마음까지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아! 정말 좋다!"

  160쪽
  이제 걷기 행렬은 달맞이언덕 아래 산책기로 접어들었다. 와우산 허리를 타고 도는 산책길은 위로는 하늘을 덮는 숲과 아래로는 해안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를 보며 걸을 수 있는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길이었다. 우거진 관목과 솔 숲 사이로 반짝이는 바다도 아름다웠지만 우렁우렁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동해 남부선 기차는 마치 동화 속 나라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생략)…… 기쁨이 샘물처럼 찰랑찰랑 차오르는 길이었다.
  "형, 여기도 예덕나무가 더러 보이네."

  172쪽
  그날 삼포 걷기 행사는 구덕포와 이어진 송정 해수욕장에서 끝났다. 선생님은 송정 해수욕장 동쪽 끝에 있는 작은 섬인 죽도 앞 포장마차에서 반 아이들 모두에게 어묵을 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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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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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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