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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고양이 두 마리와 살아있는 지렁이, two cats and a living earthworm, 二匹の猫と生きているミミズ


* 인터넷으로 '고양이'와 '지렁이'를 검색해 보니 고양이를 위한 '지렁이 낚싯대 장난감'이라는 것이 있어서 '진짜/살아있는 지렁이'라고 제목 붙임.


얼마 전에 나를 보고 당황하는 고양이 두 마리를 보았다.
어디로 숨어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한 녀석은 자동차 밑에 숨었다.
한 마리도 내가 지나가는 길의 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두 마리 다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오, 생소한데?"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개도 비둘기도 심지어 까치도 요즘은 사람 때문에 겁먹지 않는 것 같았다.

두 마리는 항상 같이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
새끼 티를 벗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며칠 사이에 인간과 고양이의 원만한 관계를 깨달았는지
그날은 나를 보고도 꿈쩍도 안 했다.
'너희들, 뭘 보냐옹?'

길쭉하고 가늘고 통통한 것,
너무 길거나 너무 통통하지 않은 것.
지렁이를 보고 있었다.

지렁이를 처음 본 듯 살짝 건드려도 보고
냄새도 맡아 보고 혀로 핥아도 본다.
지렁이는 낮 동안 익었을 포장도로 위에서
흙은커녕 고양이를 피할 길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부릉-"
때마침 자동차가 켜졌다.
아직 고양이 물정 모르는 어린 고양이들이라도 자동차는 아는 모양이었다.
자동차 시동 소리가 나고 헤드라이트가 켜지니 고양이들이 아쉬운 듯 자리를 떴다.
그러나, 멀리 간 것은 아니었다.

차가 지나가면 길 한가운데의 지렁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산책길에서는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지렁이를 풀숲으로 옮긴다.
깨끗한 그 골목길에는 흔한 나뭇가지가 없었다.
차는 곧 움직일 것 같았다.

마침 엄지와 검지 정도로 작지만 줄기가 억세 보이는 기역자 풀이 놓여 있었다.
주위를 좀 더 두리번거리며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제발 비켜 가길...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조금은 있을 지도.
나와 고양이 두 마리는 지렁이만 보고 있었다.
자전거는 개미를 잘도 피해 가던데 자동차는 지렁이 바로 위를 지나갔다.
마음속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몸 전체를 훑고 지나가지는 않았고
지렁이 몸이 터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져 있었다.
고양이들이 다가왔다.

찾아 둔 풀로 지렁이의 몸 가운데를 들어올리자 지렁이는 몸을 살짝 비틀 뿐이었다.
짧은 풀로 마침 손바닥만큼 있는 흙과 풀들 사이로 지렁이를 옮겼다.
자동차가 시동을 걸고 뜸을 들이는 틈에 옮겼어야 했다.

반성하며 돌아서는 순간에도 고양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안녕, 갈게."

다음 날, 그 손바닥 만한 흙과 풀들 사이를 살펴보았다.
없었다.
지렁이는 살았을까?

두 고양이들은 그 다음을 알고 있을까?


20210629 화요일에 만남

https://youtu.be/E3L4-dn-wMo

(고양이 두 마리와 지렁이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지렁이 한 마리)

 

(고양이와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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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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