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미실10점



「미실」은 삼국지를 커서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영웅호걸이 천하를 다투던 곳에 먼지만 날린다던 삼국지의 마지막을, 「미실」을 덮었을 때에 다시 한번 느꼈다.

비슷한 장르만 읽다 식상해진 때에 생각난 드라마 「선덕여왕」. 그 주인공 미실이 궁금하던 차에 만난 책 「미실」은 애달프고 구슬펐다 . 숱한 사랑이야기가 나오는데, 각 인물에 얽힌 갖가지 사연은 그들의 사랑을 애처롭게 만들었다.

시대는 여자에게 권력의 제약이 커지 않았던 듯, 미실은 비록 색공술을 기반으로 하였지만 권력의 정점에도 올랐다. 드라마에서처럼 왕이 되고자 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사랑을 가졌다. 위기가 있었지만 기지와 하늘의 도움으로 극복하였다 .

읽는 동안 느끼던 처연함은 문장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였고,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이야기는 때론 두근거림을, 때론 지켜보는 마음을 갖게 하였다. 

 "바람이 분다고 하되 임 앞에 불지 말고
물결이 친다고 하되 임 앞에 치지 말고
빨리빨리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고 보고
아아, 임이여 잡은 손을 차마 물리라뇨……"
- 미실, 불모지에 머물다, 98쪽 -


마음을 가장 끈 것은 사다함이라는 '인물'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잠시 미실의 추억으로 나왔지만, 무게감이 있었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었다. 책에서는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용모며 능력이 출중하였고 마음가짐은 본받을 만했다. 부모에 대한 아픔이 있었지만, 천상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완벽하였다.

 "미실은 흘깃흘깃 그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오뚝한 콧날과 그린 듯 선명한 입술이 채 마르지 않은 그림에서 막 뛰쳐나온 양 아득했다. 몸매는 호리호리하면서도 만만찮은 결기가 느껴지고, 성격은 소년다운 활기로 쾌활하면서도 문득 미소 뒤의 그늘이 짙었다."
- 미실, 불모지에 머물다, 79쪽 -


「미실」에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넘쳐나기에, 그 세계로 들어가 직접 그들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였다. 최근에 읽은 사랑을 노래한 책 중에 가장 좋았다. 빈손으로 떠나며 미실은 인생무상을 속살거렸지만, 그것도 후회 없이 다 살고 나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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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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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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