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천 개의 찬란한 태양10점




'태양이 찬란한데 그 수가 천 개씩이나 된다니 얼마나 화려하고 대단할까?'

반짝거리고 아름답게 느껴진 제목에 끌려 집어든 책은 생생한 고통의 진술서였다. 제목이 요물이었다. 접하지 못했던 구체적인 불평등과 전쟁의 참상을 알게 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가슴 아팠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삶에 지쳐 있다는 지인에게 에둘러 권하기까지 했다.

**지금 자신의 삶이 정체되어 있다거나, 남과 비교하게 되거나, 현실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거나, 앞날이 불투명해 보여 무기력에 빠졌다거나, 아름다운 생각보다 짜증과 불만, 기분저하 등이 자신을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소박하게 권하는 책. 책의 주인공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게도, 그들을 통해 우리 삶이 얼마나 축복받고 감사해야 할 것 투성이인지 새삼 깨닫게 되므로. 기운나길. **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축복받지 못한 삶을 두 여성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학대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끔찍한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도망도 실행하지만, 사악하거나 여성의 지위는 남자에 귀속된 것이라 여기는 남자들에 의해 실패한다. 기나긴 전쟁으로 파괴되고 피폐해진 대부분의 삶은, 아프카니스탄의 여성으로 살기에 더욱 혹독했다.

결국, 살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했다. 희망을 보기 위해서 죽이고, 또 죽어야 했다. 갈등을 이겨내고 협력해서 살던 두 여성은, 죽음을 통해 하나는 살아서 희망을 얻고, 하나는 죽어서 고단한 삶에서 벗어났다. 이 얼마나 슬픈 말인가.

읽는 내내, 비슷할 수 있는 우리나라 전쟁 전·후 여성들의 모습이 궁금했고, 살림살이가 어려울 북한 여성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전쟁으로 성한 곳 없는 나라이기에, 책 속에 여러 번 언급된 17세기 페르시아 시인(사이브에타브리지)의 아름다운 시는 더욱 역설적이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 532쪽 -

시는 아프카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는데, 그 전편(全篇)이 궁금했다. 시에서 말하는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편을 읽어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상상하다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하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마리암은 대부분, 라일라의 마음속에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로 빛나고 있다."
- 562쪽 -

「연을 쫓는 아이」가 그러했듯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역시 그 어떤 매체보다 아프카니스탄의 현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훌륭한 전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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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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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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