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내 부하 해선생님, 내 부하 해10점
















신난 아기
솜낚시대 휘두른다
휙휙

엄마랑 이모랑 고모랑
더욱 신나
또 휙휙

솜이라도
맞으면
'아야'

놀란 아기
눈이 동글

괜찮다 웃어주니
다시 휙휙

어렸을 때 글짓는 시간이 꽤 곤욕이었습니다. 빈 공간에 쓸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이런 저와 달리 「선생님, 내 부하해」 속 아이들은 글을 참 잘 씁니다. 천재들일까요?

위의 시는 책을 읽고 제가 직접 지어본 시입니다. 18개월 조금 지난 아이가 힘조절을 못해 솜으로 된 낚시대를 휘두르다 엄마랑 이모랑 고모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는 장면을 시로 써본 것입니다.

이 책의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라면, 아마 저 시를 잘 다듬을 수 있게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실력을 키워줄 것입니다. 책을 통해 아이들의 시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구체적으로 시를 쓰는 방법과 실제 아이들의 시를 지적하며 교정해주고 있거든요.

"대충 그런 것 같다는 느낌 정도로는 안됩니다. 마음에 팍 꽂힐 정도로 강한 느낌이어야 합니다." - 151쪽
 

작가는 칭찬을 잘 해주기 때문에 아마 못썼더라도 격려해 줄 것입니다.

"욕심도 이 정도면 대단합니다. 전혀 잘쓴 시 같지 않은데도 "우와!!" 하고 감탄하게 되는 까닭은 욕심스러운 마음을 상상하는 마음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 189쪽

아이들은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가 있어서인지 표현력이 풍부합니다. 방귀도 항의한다고 하고, 하늘같은 선생님을 똥개, 오줌싸개라며 놀리거나, 부자집 침대를 부러워하면서도 잠은 자신의 방식대로 자고 싶다고 합니다. 오줌싸고 잘못을 빌거나, 도둑질하고 마음졸이며 뉘우치거나, tv 만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는 매일 내리는 비가 싫어서 문어대가리 같다고 화를 냅니다.
 
태풍이 남자다워서 좋다는 씩씩한 아이도 있고, 일찍 생을 마감한 친구를 눈물로 그리며 시를 쓴 아이도 있습니다. 어른을 긴장시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보이는 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부모의 버릇이나 말투, 부부싸움, 실직 상태 등을 그대로 시로 옮겨놓거든요.

"놀고 있을 때도 공부를 할 때도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봐 줘
너는 오늘부터 꽃이야" - 209쪽


아이들의 시를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읽는 내내 신기해 하며 감탄을 연발하였습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 잠시나마 세상을 다시 본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서투르게 쓴 시 속의 솜낚시대를 휘두르던 아이도 몇 년 후엔 시를 쓰는 시간을 갖겠지요. 그 아이도 이 책의 작가같은 자상한 선생님의 지도아래 마음껏 제 마음을 표현하길 기대해 봅니다.

△ TOP
책친구

책친구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연못 가운데 초라한 정자였으나 수많은 크고 웅장한 전각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넓은 궁궐의 모든 건축물들과 풍경을 모두 거느린 듯했다. -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2권 188쪽 (경복궁 향원지 취로정)
,
△ TOP